고지혈증과 당뇨병은 왜 함께 찾아올까? 원인은 '인슐린 저항성'에 있습니다
건강검진 결과를 보면 이런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고지혈증이 있으시네요."
"혈당도 조금 높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합니다.
'콜레스테롤하고 혈당은 전혀 다른 문제 아닌가?'
실제로 고지혈증은 지방 대사의 문제이고, 당뇨병은 혈당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질환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의료진은 고지혈증 환자를 진료할 때 혈당을 함께 확인하고, 당뇨병 환자에게는 반드시 콜레스테롤 검사도 권합니다.
그 이유는 두 질환이 서로 다른 병이 아니라 같은 원인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공통된 문제가 있습니다.
인슐린은 우리 몸의 '열쇠'입니다
우리가 밥을 먹으면 탄수화물은 소화 과정을 거쳐 포도당으로 바뀝니다.
이 포도당은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돌아다니며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해야 합니다.
그런데 포도당은 혼자서는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인슐린입니다.
인슐린은 세포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문이 열려야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 에너지로 사용됩니다.
건강한 사람은 이 과정이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혈당도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몸도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얻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열쇠가 잘 듣지 않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복부비만이 심해질 때 시작됩니다.
배 속 깊은 곳에 있는 내장지방이 늘어나면 지방세포에서는 다양한 염증 물질과 지방산이 많이 분비됩니다.
이 물질들은 세포가 인슐린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이 상태를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열쇠는 그대로인데 문이 잘 열리지 않는 것입니다.
인슐린이 일을 하고 있지만 예전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태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자동차 연비가 나빠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인슐린 저항성을 설명할 때 의료진이 자주 사용하는 비유가 있습니다.
자동차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예전에는 기름 1리터로 20km를 달리던 자동차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연비가 나빠져 같은 기름으로 10km밖에 가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더 멀리 가려면 기름을 더 많이 넣어야 합니다.
우리 몸도 비슷합니다.
예전에는 적은 양의 인슐린만으로도 혈당을 충분히 조절할 수 있었지만,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같은 효과를 내려면 훨씬 많은 인슐린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췌장이 이를 보상하기 위해 인슐린을 더 많이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췌장도 점차 지치게 됩니다.
결국 충분한 인슐린을 만들지 못하게 되고 혈당이 상승하면서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은 혈당만 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슐린 저항성은 당뇨병만 일으킨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방 대사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복부 내장지방에서 방출된 유리 지방산은 간으로 이동합니다.
간은 이 지방산을 이용해 중성지방을 많이 만들기 시작합니다.
중성지방이 증가하면 혈액 속 지방 성분이 많아지고, LDL 콜레스테롤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반면 혈관을 보호하는 HDL 콜레스테롤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결국 혈당은 올라가고, 중성지방은 증가하며, 콜레스테롤 균형까지 무너지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이것이 고지혈증과 당뇨병이 함께 나타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복부비만이 모든 문제의 출발점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체중이 크게 나가지 않아도 허리둘레가 늘어나고 배가 나오는 복부비만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내장지방은 단순히 지방을 저장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호르몬과 염증 물질을 분비하면서 몸 전체의 대사 기능에 영향을 주는 '활동적인 기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복부비만이 심할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악화되고, 혈당과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가 함께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의료진이 허리둘레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고혈압까지 함께 생기는 이유
고지혈증과 당뇨병뿐 아니라 고혈압도 인슐린 저항성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심해지면 혈관 기능이 떨어지고 염분과 수분이 몸에 더 많이 남게 됩니다.
또한 혈관이 딱딱해지고 탄력을 잃으면서 혈압이 점차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은 따로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대사질환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습니다.
실제로 이 세 가지 질환을 동시에 가진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약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
고지혈증에는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이 있습니다.
당뇨병에는 혈당을 낮추는 약이 있습니다.
고혈압에도 혈압을 조절하는 약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슐린 저항성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근본 원인은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약물치료와 함께 반드시 체중 관리와 운동, 식습관 개선을 강조합니다.
원인을 함께 해결해야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합병증 위험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놓치지 마세요
다음과 같은 항목이 여러 개 해당된다면 대사 건강을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허리둘레가 계속 늘어난다.
- 건강검진에서 중성지방 수치가 높다고 들었다.
- HDL 콜레스테롤이 낮다.
- 공복혈당이 정상보다 높다.
- 혈압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
- 운동량이 적고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
이러한 변화는 인슐린 저항성이 시작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마무리
고지혈증과 당뇨병은 전혀 다른 질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슐린 저항성과 복부비만이라는 공통된 뿌리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혈당 조절은 물론 지방 대사까지 함께 무너지면서 고지혈증과 당뇨병, 나아가 고혈압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각각의 수치만 낮추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대사 건강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체중을 5%만 줄여도 혈당과 콜레스테롤이 함께 좋아지는 이유", 그리고 고지혈증 환자가 꼭 알아야 할 식단과 생활습관 관리법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참고자료
- 대한지질·동맥경화학회.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최신판)
-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 진료지침 (최신판)
- American Heart Association. 콜레스테롤 및 심혈관질환 예방 관련 자료
- World Health Organization. 심혈관질환 예방 관련 자료
※ 이 글은 공개된 진료지침과 공신력 있는 기관의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개인의 치료 및 약물 복용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