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의 건강 효능
예전의 나는 접시에 나온 토마토를 슬쩍 가장자리로 밀어두는 사람이었다.
그 특유의 풋내, “과일인가 채소인가?” 싶은 애매한 정체성, 생으로 먹을 때의 묘한 식감까지. 솔직히 말하면 토마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몇 년 전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조금 높게 나왔다. 식습관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고,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다가 토마토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게 됐다. 그 뒤로 나는 거의 매일 토마토를 먹고 있다. 오늘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토마토가 몸에 좋다”는 말은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왜 좋은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예전의 나도 그랬다. 핵심은 ‘라이코펜(Lycopene)’이라는 성분이다.
항산화성분 라이코펜
라이코펜은 토마토를 붉게 만드는 색소이자 강력한 항산화 물질이다. 어떤 연구에서는 그 항산화 능력이 베타카로틴의 약 2배, 비타민 E의 약 10배 수준이라고도 한다. 쉽게 말하면 몸속의 활성산소를 제거해 세포 손상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중간 크기 토마토 한 개(약 150g) 기준 영양 성분은 대략 이렇다.
- 라이코펜 3~5mg
- 비타민 C 약 20mg
- 칼륨 290mg
- 엽산 18μg
- 열량 27kcal
특히 27kcal라는 숫자는 꽤 인상적이다. 칼로리는 거의 없는데 포만감, 식이섬유, 영양까지 모두 챙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대부분 사람에게 큰 부담 없이 추천할 수 있는 드문 식품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토마토를 먹기 시작한 계기는 콜레스테롤 때문이었다. 라이코펜은 LDL 콜레스테롤(흔히 말하는 ‘나쁜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콜레스테롤 자체를 없앤다기보다는 혈관 벽에 달라붙는 과정을 방해하는 개념에 가깝다. 여기에 칼륨은 혈압 조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토마토 섭취효과
물론 토마토만 먹는다고 갑자기 수치가 좋아진 것은 아니다. 운동도 더 하고 식단 전체를 정리했다. 하지만 매일 꾸준히 먹을 수 있는 음식 중에서 토마토만큼 심혈관 건강과 관련한 연구가 탄탄한 식품도 드물다. 무엇보다 맛있어서 계속 먹기 어렵지 않았다.
■ 피부 — 예상 밖의 보너스
이건 정말 의외였다. 어느 순간 주변 사람들이 먼저 피부 좋아졌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비타민 C는 콜라겐 생성에 관여하고, 라이코펜은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연구자들은 토마토를 “먹는 선크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자외선 차단제를 대신할 순 없지만 꽤 의미 있는 보조 역할은 한다.
■ 눈 건강 — 하루 종일 화면을 보는 사람이라면
토마토 속 베타카로틴과 루테인은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준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오래 보는 생활을 한다면 이런 영양소를 꾸준히 섭취하는 게 생각보다 중요하다. 나에게는 토마토를 계속 먹게 만든 또 하나의 이유였다.
■ 암 연구 — 알 필요는 있지만 과하게 믿을 필요는 없다
하버드 연구 중에는 일주일에 10회 이상 토마토를 먹은 남성들이 전립선암 발생률이 더 낮았다는 결과도 있다. 라이코펜이 풍부한 식단이 위암이나 폐암 위험 감소와 관련 있다는 연구도 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이런 연구들은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이지 ‘원인’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토마토는 치료제가 아니다. 그저 건강한 식단을 구성하는 좋은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다.
토마토는 ‘익혀 먹느냐, 생으로 먹느냐’에 따라 흡수되는 영양이 달라진다.
■ 라이코펜을 최대한 얻고 싶다면 → 올리브오일과 함께 익혀 먹기
열을 가하면 세포벽이 무너지면서 라이코펜 흡수율이 최대 5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 게다가 라이코펜은 지용성이기 때문에 올리브오일 같은 건강한 지방과 함께 먹으면 흡수가 더 잘 된다.
■ 비타민 C를 원한다면 → 생으로 먹기
비타민 C는 열에 약하다. 그래서 샐러드처럼 생으로 먹는 편이 유리하다.
내 방식은 단순하다.
아침에는 방울토마토를 몇 개 생으로 먹고, 저녁에는 올리브오일에 볶거나 파스타 소스에 넣어 익혀 먹는다. 둘 다 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 내가 실제로 자주 해먹는 방법들
. 토마토 달걀볶음 (10분)
내가 아는 가장 간단한 고(高)라이코펜 식사다.
올리브오일에 달걀 두 개를 스크램블해서 잠시 빼두고, 같은 팬에 잘게 썬 토마토를 넣어 부드럽게 익힌다. 그다음 달걀을 다시 넣고 간장 약간, 소금 조금으로 마무리하면 끝.
너무 단순하게 들리지만 정말 맛있다.
설탕을 아주 약간 넣으면 산미가 훨씬 부드러워진다.
. 방울토마토 올리브오일 샐러드
방울토마토를 반으로 자른 뒤 올리브오일, 레몬즙, 소금, 후추만 뿌린다. 끝이다.
이렇게 단순한데도 계속 먹게 된다. 여기에 바질 몇 장만 추가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 아침 토마토 주스 (5분)
토마토 두 개, 레몬즙 약간, 꿀 한 티스푼을 넣고 갈아 마신다.
처음 일주일은 조금 어색할 수 있다. 그런데 익숙해지면 안 마신 날 허전해진다. 생강을 조금 넣으면 훨씬 산뜻해진다.
■ 하지만 누구에게나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토마토는 대부분 사람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음식이지만 예외도 있다.
-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궤양이 있다면
토마토의 산성이 속을 자극할 수 있다. 공복보다는 식사와 함께 먹는 편이 좋다. - 신장 질환이 있다면
칼륨 함량이 꽤 높기 때문에 칼륨 제한 식이를 하는 경우 의사와 상담이 필요하다. - 토마토 알레르기가 있다면
드물지만 실제로 존재한다. 가려움이나 두드러기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섭취를 중단하고 확인해보는 게 좋다.
건강한 성인 기준으로는 하루 1~2개의 중간 크기 토마토 정도가 무난하고 지속 가능한 양이라고 생각한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이점을 얻을 수 있는 수준이다.
토마토가 내게 가르쳐준 건 결국 하나였다.
건강은 강도가 아니라 ‘지속성’이라는 것.
하루에 토마토 한두 개, 거기에 올리브오일 조금.
그 작은 습관을 몇 달, 몇 년 이어가는 것이 어떤 비싼 영양제보다 훨씬 강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