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자외선 지수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피부를 상하게 할까 봐 선크림을 꼼꼼히 바르고 그늘을 찾아다니는데, 정작 비타민D는 햇빛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하니 묘하게 모순적인 기분이 든다. 자외선을 최대한 피하려는 여름철 습관이, 아이러니하게도 비타민D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이 문제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다.
비타민D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비타민D는 피부가 자외선B(UVB)에 노출될 때 콜레스테롤 전구체로부터 합성된다. 이론적으로는 하루 15~30분 정도만 햇빛을 쬐어도 충분한 양이 만들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국내 연구에서도 여름철 맑은 날 낮 12시를 기준으로 비타민D 합성에는 25분 이상의 노출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다만 그 이상 오래 노출되면 홍반, 즉 피부가 붉게 익는 현상이 시작될 수 있어 41분을 넘기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생각보다 그 여유 구간이 짧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자외선 차단제, 바르면 정말 비타민D가 안 만들어질까
여기서 궁금해지는 게 자외선 차단제의 영향이다. SPF 30 이상의 차단제는 UVB를 95% 이상 걸러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피부의 비타민D 합성도 함께 억제된다. 하지만 실제 연구 결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자외선 차단제를 평소보다 많이 사용하고 그늘을 자주 찾는 사람들을 조사했더니, 일광 노출 시간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었고 비타민D 결핍 비율도 유의미하게 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이들은 자외선 차단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광화상 위험은 더 높게 나타났다.
즉 차단제를 바른다고 비타민D가 극단적으로 부족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는 자외선 차단제 사용과 실내 생활 증가가 겹치면서 비타민D 결핍이 계절과 상관없이 흔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름이라고 해서 자연스럽게 비타민D가 충분히 채워질 거라고 안심할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몸에는 과잉을 막는 자체 장치가 있다
한 가지 안심되는 부분은, 햇빛을 통한 비타민D 합성에는 몸 자체의 브레이크가 있다는 점이다. 피부에 존재하는 자외선 전구물질의 양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햇볕을 아무리 오래 쬔다고 해도 비타민D가 무한정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영양제와 달리 햇빛으로 인한 과잉증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다만 그렇다고 자외선 노출 자체가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과도한 자외선 노출은 피부암, 주름, 조기 노화 같은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면역 체계와 피부의 자연 방어력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결국 비타민D 합성과 피부 건강은 완전히 같은 방향을 보고 있지 않다. 한쪽을 챙기려다 다른 쪽을 놓치기 쉬운 구조라서, 무작정 오래 햇볕을 쬐는 것도, 무조건 차단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었다.
언제, 얼마나 쬐는 게 적당할까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권하는 시간대는 오전 10시 30분에서 오후 4시 사이, 일주일에 여러 번 5분에서 30분 정도다. 자외선이 가장 강한 정오 전후 시간대를 피해서 이른 오전이나 늦은 오후에 짧게 햇볕을 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얼굴보다는 팔이나 다리처럼 노출 면적이 넓은 부위를 짧게 노출시키는 것이 피부 손상 위험을 줄이면서도 합성 효율은 챙기는 방법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나이도 변수 중 하나다. 70세가 넘으면 간과 신장이 비타민D를 유용한 형태로 전환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같은 시간 햇볕을 쬐어도 젊은 사람보다 합성 효율이 낮아질 수 있다. 여기에 위산 분비억제제나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에도 체내 비타민D 합성 작용이 방해받을 수 있어, 만성질환으로 약을 꾸준히 먹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도 한 번쯤 짚어볼 만하다.
결국은 수치로 확인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
여러 자료를 찾아볼수록 느끼는 건, 감으로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판단하기보다 실제 혈중 농도를 확인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는 점이다. 건강검진이나 채혈 검사를 할 기회가 있다면 비타민D 수치를 함께 확인해보고, 결핍으로 나온다면 보충제로 채우는 방향을 고려하는 게 합리적이다.
특히 비타민D는 지용성이라 지방조직에 흡수되는데, 지방조직이 이를 쉽게 내놓지 않는 특성이 있어 체지방이 많을수록 결핍이 오기 쉽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여름 햇살 아래 있으면 당연히 비타민D가 넘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들여다보니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여러분은 요즘 하루에 햇빛을 얼마나 쬐고 계신가요.

참고자료
- 코메디닷컴, 비타민D 최적으로 유지하려면 햇볕 얼마나 받아야?
- 메디칼트리뷴, 자외선차단제 바른다고 비타민D 부족해지지 않아
- 하이닥 헬시라이프, 자외선 강한 여름철, 비타민D 계속 복용해도 괜찮을까
- 강남차병원 건강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