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지식

발이 너무 아파 통풍인 줄 알았는데, 진단은 강직성 척추염이었습니다

healthy marsol 2026. 7. 11. 09:13

작년 5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발에 심한 통증이 찾아왔습니다. 디딜 때마다 욱신거려 몇 걸음 걷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였습니다. 그 순간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통풍이었습니다. 급하게 인터넷을 뒤져보니 증상도 어딘가 비슷해 보였고, 나이를 생각하면 충분히 올 수 있는 병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그렇게 서둘러 류마티스 전문병원을 찾았습니다. 진료실에서 제 발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의사는, 잠시 후 뜻밖의 말을 꺼냈습니다.

"통풍 같지는 않은데요."

통풍 이해하기

발이 아파서 갔는데 허리를 검사하다니

의사는 제게 다른 증상이 있는지 차근차근 물었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허리 통증이 있었고, 허벅지와 다리까지 저린 증상 때문에 신경과를 다니며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그때까지도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의사는 허리 상태부터 먼저 확인해 보자며 여러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혈액검사와 발목 초음파는 물론이고, 허리 X-ray와 CT 촬영까지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발이 아파 병원을 찾았는데 검사가 허리까지 번지니, 당시에는 왜 이런 검사를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의사를 믿고 며칠 뒤 결과를 들으러 다시 병원을 찾았습니다.

뜻밖의 진단, 강직성 척추염

의사가 제게 내린 진단은 강직성 척추염(Ankylosing Spondylitis)이었습니다. 단순한 허리디스크가 아니었습니다. 척추와 천장관절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치료하지 않고 오래 방치하면 척추가 점차 굳어 대나무처럼 움직임이 제한될 수도 있는 질환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서야 저는 그동안의 통증들이 각각 따로 노는 질환이 아니라 하나의 뿌리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오래된 허리 통증, 다리 저림, 그리고 갑작스러운 발 통증까지, 서로 무관해 보이던 증상들이 사실은 한 줄기로 이어져 있었던 셈입니다.

 

병명을 알게 된 뒤로 저는 이 질환을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왜 이런 병이 생기는지, 어떤 증상들이 함께 나타나는지, 그리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전문 자료를 통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저처럼 원인 모를 통증에 오래 시달려 온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남깁니다.

강직성 척추염이란 어떤 병인가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와 골반이 만나는 천장관절을 중심으로 만성 염증이 반복되는 자가면역질환입니다. 우리 몸을 지켜야 할 면역세포가 오히려 척추와 관절 조직을 공격하면서 염증이 시작되고, 이 염증이 오래 지속되면 척추뼈 사이에 새로운 뼈가 자라나 척추 마디가 하나로 붙어버리는 강직이 진행됩니다.

 

심한 경우 갈비뼈 관절까지 침범해 흉곽이 굳고 호흡이 제한되기도 합니다.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흔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제가 겪은 것처럼 처음에는 발뒤꿈치나 발목 통증으로 시작해, 정작 근본 원인이 척추에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합니다.

강직성 척추염

발병  원인

강직성 척추염의 정확한 발병 기전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과 면역 체계 이상, 그리고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요인은 HLA-B27이라는 유전자입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에 따르면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90% 이상에서 이 유전자가 양성으로 나타나며, 가족 중 환자가 있으면서 HLA-B27이 양성인 경우에는 발병 빈도가 10~30%로 높아진다고 합니다. 다만 건강한 사람의 약 5%에서도 이 유전자가 발견되는 만큼, 유전자만으로 발병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고 세균 감염이나 외상, 과로 같은 환경적 요인이 함께 영향을 준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환경적 요인 가운데 특히 장내 환경을 강조하는 자료도 있었습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자료를 확인해 보니, 류마티스내과 교수가 장내 미생물 환경이 나빠지면 불필요한 면역 반응이 반복적으로 일어나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밀가루 음식과 유제품, 단순당, 가공식품을 줄이고 채소와 오메가3가 풍부한 항염증 식품을 늘리는 식생활 관리를 권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자료에서는 강직성 척추염이 인구 1,000명당 약 0.3~0.5명 정도로 발생하는 비교적 드문 질환이라고 밝히고 있었습니다.

어떤 증상으로 나타나는가

강직성 척추염의 증상은 일반적인 허리디스크나 단순 근육통과는 오히려 반대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침에 심한 조조강직입니다. 자고 일어났을 때 허리가 뻣뻣하고 통증이 심하며, 가만히 쉴 때 오히려 더 아프고 움직이거나 운동을 하면 통증이 줄어듭니다. 쉬면 편해지는 디스크 질환과는 정반대라, 이 점이 중요한 감별 포인트가 됩니다.

 

통증이 나타나는 부위도 다양합니다. 고관절과 어깨 관절, 척추 기저부와 골반 사이의 천장관절, 허리 척추뼈, 발뒤꿈치의 힘줄과 인대 부착부, 흉골과 갈비뼈 사이의 연골 등 여러 곳에서 통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여기에 눈에 통증과 충혈이 동반되는 포도막염, 아킬레스건 통증, 만성 피로, 식욕 부진, 체중 감소, 빈혈 같은 전신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하고, 병이 진행되면 척추의 움직임이 점차 제한되면서 허리가 굽거나 평평해지기도 합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발뒤꿈치나 발목 통증만 놓고 보면 통풍으로 오인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강직성 척추염은 골반과 천장관절 통증으로 시작해 절뚝거리다가 뒤늦게 진단받는 경우가 많고, 포도막염 역시 자가면역질환에 흔히 동반되는 대표적인 합병증입니다. 이처럼 증상만으로는 다른 질환과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혼자 판단해 진통제로 버티기보다는 전문의의 정밀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떻게 진단하는가

진단은 특정 검사 하나로 확정되지 않고, 임상 증상과 영상 검사, 혈액검사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이루어집니다. 의사는 신체 검사를 통해 척추를 여러 방향으로 굽혀보게 하거나 가슴 둘레의 변화를 확인하고, 골반의 여러 지점을 눌러 통증 부위를 찾습니다. 이후 염증 수치와 HLA-B27 양성 여부를 보는 혈액검사, 그리고 천장관절과 척추의 변화를 확인하는 X-ray와 MRI 촬영을 함께 진행합니다.

 

저 역시 발목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가 오래된 허리 통증 병력을 듣고 허리 X-ray와 CT까지 함께 진행했기에 정확한 진단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원인 모를 발 통증과 허리 통증, 다리 저림이 각각 따로가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저는 그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운동·재활이라는 두 축으로 이루어집니다.

약물치료에서는 통증과 염증 완화를 위해 나프록센, 인도메타신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NSAIDs)가 가장 먼저 사용됩니다. 여기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중등도에서 중증 환자에게는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는데, 염증을 유발하는 특정 물질을 표적으로 차단해 질병 진행을 늦추는 방식입니다.

 

MSD 매뉴얼(일반인용)을 확인해 보니 TNF 억제제 계열의 에타너셉트, 아달리무맙, 인플릭시맙, 골리무맙, 세르톨리주맙 페골이 허리 통증과 염증 완화에 효과적이며, 재발성 포도막염이 동반된 경우에는 에타너셉트보다 아달리무맙이나 인플릭시맙이 선호된다고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이 밖에 IL-17A를 표적으로 하는 세쿠키누맙, 익세키주맙 같은 IL-17 억제제도 활성 강직성 척추염에 사용되며, 척추보다 말초 관절염이 동반된 경우에는 항류마티스 약제를 보조적으로 쓰기도 합니다.

 

약물만큼 중요한 것이 꾸준한 운동입니다. 척추 유연성을 위한 스트레칭, 흉곽이 굳는 것을 막기 위한 호흡 운동, 수영이나 요가, 필라테스 같은 유산소성 운동, 그리고 평소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습관이 척추 강직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앞서 언급한 식생활 관리, 즉 가공식품과 단순당을 줄이고 항염증 식품을 늘리는 것 역시 장기적인 염증 관리 측면에서 함께 권장되는 부분입니다.

산정특례라는 든든한 제도

강직성 척추염은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희귀·중증난치질환으로 분류되어 건강보험 산정특례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진단 당시 의사가 직접 산정특례 등록을 진행해 준 덕분에 치료비와 약값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평소 복용하던 당뇨병과 고혈압 약도 같은 병원에서 함께 처방받게 되면서, 여러 병원을 오가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덜 수 있었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느낀 점

이번 일을 겪으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증상이 나타난 부위만 보고 병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발이 아프니 당연히 통풍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전문의는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뒤 허리까지 함께 살펴보았고, 여러 검사를 통해 비로소 정확한 원인을 찾아냈습니다. 만약 그때 통풍이라고만 지레짐작하고 진통제만 먹으며 시간을 흘려보냈다면, 지금의 치료도 훨씬 늦어졌을지 모릅니다.

비슷한 증상이 오래 지속된다면, 부디 혼자 판단하지 마시고 류마티스내과 등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들은 생각보다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참고 자료

  •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 강직성 척추염
  • 대한류마티스학회 환자 교육자료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산정특례 안내
  • MSD 매뉴얼(일반인용) – 강직 척추염
  • 순천향대학교 부속 부천병원 건강정보 – 완치 어려운 자가면역 질환 '강직성 척추염'

※ 이 글은 제가 실제로 강직성 척추염을 진단받고 치료받는 과정을 바탕으로 작성한 개인 경험이며, 위 의학 정보는 관련 자료를 참고해 정리한 것입니다. 질환의 증상과 치료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