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건강검진 예약을 잡으면서 혈관 검사 항목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남들은 그냥 지나치는 이 검사를, 저는 몇 년째 빠뜨리지 않고 챙기고 있습니다. 이유는 처남 때문입니다.
처남은 동맥경화로 쓰러지기 직전에 딸에게 발견됐습니다. 몇 분만 늦었어도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는 말을 의사에게 들었다고 했습니다. 곧바로 병원으로 실려가 응급 수술을 받았고, 다행히 목숨은 건졌습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평생 혈전 치료를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저도 이 병을 남 일처럼 여길 수 없게 됐습니다. 다행히 저는 아직 별 이상이 없지만, 검진 때 혈관 상태를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이 생긴 것도 그때부터입니다.
동맥경화, 정확히 어떤 병일까
동맥경화는 동맥벽이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면서 혈액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지는 병입니다. 요즘은 혈관 안쪽에 콜레스테롤 같은 지방 찌꺼기(플라크)가 쌓이는 '죽상경화증'과 합쳐서 죽상동맥경화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동맥경화는 주로 혈관에 지방이 들러붙어 동맥이 좁아지고 탄력성을 잃게 되는 노화 현상의 일종이라, 나이가 들면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진행 속도입니다. 이 병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라 젊을 때부터 수십 년에 걸쳐 조금씩 쌓여갑니다. 그래서 정작 본인은 아무 증상도 못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동맥 안쪽이 70% 이상 좁아져 혈류 공급이 줄어들고 나서야 비로소 증상을 느끼게 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합니다. 처남의 경우가 딱 그랬습니다. 평소에 별다른 신호도 없이 지내다가 갑작스럽게 쓰러졌으니까요. '침묵의 병'이라 불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놓치기 쉬운 초기 신호
증상이 없다고는 하지만, 혈액순환이 나빠지면서 나타나는 작은 신호들은 있습니다. 손발이 차고 저리거나, 뒷목이 당기고 어깨가 결리며, 기억력 감퇴, 현기증, 만성 피로, 발이 시린 냉감, 걸을 때의 통증 같은 증상이 대표적입니다. 저도 이 목록을 처음 봤을 때, 나이 탓이려니 하고 넘겼던 증상들이 여럿 있어서 뜨끔했습니다.
또 하나 알아둘 점은, 동맥경화가 어느 혈관에 생기느냐에 따라 병의 이름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뇌혈관이나 경동맥에 생기면 뇌경색(뇌졸중), 심장 주위 관상동맥에 생기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복부 대동맥에 생기면 대동맥류, 다리로 가는 혈관에 생기면 하지 동맥 폐쇄증으로 이어집니다. 같은 뿌리에서 나온 병이 몸 곳곳에서 전혀 다른 얼굴로 나타나는 셈입니다.
나도 모르게 위험을 키우는 것들
위험 요인은 우리 생활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고지혈증, 나쁜 콜레스테롤(LDL) 과다, 좋은 콜레스테롤(HDL) 부족, 높은 중성지방, 고혈압, 흡연, 당뇨병, 심혈관 질환 가족력, 연령 증가, 운동 부족, 과체중과 복부비만이 주요 인자로 꼽힙니다. 그리고 위험 인자가 많을수록 병이 더 빠르게 진행되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가족력은 저에게 특히 와닿는 대목입니다. 가까운 가족이 혈관 질환을 겪었다면 유전적 소인을 염두에 둬야 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검진 때 경동맥 초음파나 혈관 나이 측정 같은 항목을 꼭 챙깁니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질까
만약 동맥경화가 발견되면 치료는 크게 약물 치료와 시술·수술로 나뉩니다. 먼저 약물 치료입니다.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아스피린 같은 항혈소판제와, 동맥경화의 진행 속도를 늦춰주는 스타틴 계열 지질강하제가 대표적으로 쓰입니다. 특히 스타틴은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 외에도 혈관 내피세포를 보호하고 동맥경화 진행을 억제해, 장기간 복용하면 심혈관 질환 발생을 줄여준다고 합니다. 처남이 지금 받고 있는 혈전 치료도 이런 약물 관리의 연장선입니다.
혈관이 이미 많이 좁아졌다면 물리적으로 넓혀주는 시술이 필요합니다. 협착된 혈관에 풍선을 넣어 부풀리는 경피적 혈관 확장술이 가장 많이 쓰이지만 재협착 문제가 있어, 이를 막기 위해 금속 그물망(스텐트)을 넣는 스텐트 삽입술을 함께 시행합니다. 특히 약물을 입힌 스텐트를 사용하면 재협착 예방 효과가 매우 크다고 합니다. 혈관이 완전히 막혔거나 상태가 심각한 경우에는 막힌 동맥 주위로 혈류가 지나갈 새로운 길을 만들어주는 우회 수술을 하게 됩니다.

혈관을 지키는 생활 습관
다행인 것은, 동맥경화가 생활 습관으로 진행을 늦추고 예방할 수 있는 병이라는 점입니다. 가장 기본은 식습관입니다. 포화지방과 설탕 섭취를 줄이고, 과일과 채소, 통곡물, 살코기 단백질이 풍부한 심장 건강에 좋은 식단이 권장됩니다. 짠 음식은 혈압을 올리니 나트륨도 줄여야 합니다.
여기에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금연, 그리고 고혈압·당뇨가 있다면 꾸준한 관리가 더해져야 합니다. 저는 처남 일을 겪은 뒤로 야식을 줄이고 저녁 산책을 습관으로 만들었습니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이런 작은 실천이 쌓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검진, 미루지 마세요
동맥경화의 가장 무서운 점은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으로 혈관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혈당은 기본으로 챙기고, 40대 이후라면 혈관 상태를 직접 볼 수 있는 검사도 한 번쯤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처남처럼 응급 상황을 맞기 전에,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으니까요. 혹시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마지막으로 혈관 검사를 받아본 게 언제인가요? 별일 없겠지 하고 미뤄뒀던 검진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한번 챙겨보시면 어떨까요?
건강 관련 정보는 참고용이며, 개인의 증상이나 치료에 관해서는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분당 서울대병원 Health Plus
대한건강의료지원단 Health Life
아폴로병원 건강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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