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지식

유루증 - 아내의 눈물

healthy marsol 2026. 7. 13. 12:39

 

아내가 요즘 부쩍 눈가를 자주 닦는다. 슬픈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눈물이 그냥 고인다. 특히 찬바람이 부는 날 밖에 나가면 눈물이 줄줄 흘러 손수건이 마를 새가 없다고 했다. 처음엔 나이 들어 눈이 약해졌나 보다 하고 넘겼는데, 눈가가 자주 짓무르고 눈곱이 끼는 데다 가끔 시야까지 흐릿하다는 말에 그제야 이게 그냥 넘길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나는 눈물이 부족해 고생하는데, 아내는 눈물이 넘쳐 고생한다. 한 지붕 아래 정반대의 눈 때문에 우리 부부는 나란히 안과를 드나들게 됐다.

눈물이 넘치는 데도 이유가 있다

눈물흘림증, 의학 용어로 유루증이라 부르는 이 증상은 감정과 상관없이 눈물이 과하게 넘쳐 얼굴로 흘러내리는 상태다. 원인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눈물이 너무 많이 만들어지는 경우, 다른 하나는 만들어진 눈물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경우다.

 

사실 눈물은 자극이 없어도 하루 평균 5cc가량이 눈물샘에서 꾸준히 만들어진다. 이 눈물이 눈을 적신 뒤, 눈물점과 눈물소관, 눈물주머니, 코눈물관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지나 코로 빠져나간다. 평소엔 양이 많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때문에 우리는 눈물이 배출되고 있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이 배출로가 좁아지거나 막히면 갈 곳을 잃은 눈물이 눈 밖으로 넘쳐흐르게 된다. 마치 하수구가 막힌 세면대에서 물이 흘러넘치는 것과 같다.

눈물관

아내의 눈물, 그리고 나의 건조한 눈

흥미로운 건, 아내의 눈물흘림이 어쩌면 나의 안구건조증과 뿌리가 닿아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초 눈물이 부족한 건성안 환자는 외부 자극에 눈이 노출되면 몸이 위기로 받아들여 반사적으로 눈물을 왈칵 쏟아낸다. 이걸 반사적 눈물흘림이라 부른다. 건조해서 눈물이 나다니,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흔한 일이다.

 

안구건조증으로 눈물막이라는 보호막이 무너지면 눈이 예민해져 오히려 눈물이 흐른다. 나는 눈물이 마르고, 아내는 눈물이 넘치지만, 두 증상이 같은 곳에서 갈라져 나왔을 수도 있다는 게 묘하게 느껴졌다.

여성에게, 그리고 나이 들수록 더 흔하다

유루증 환자의 대부분은 50대 이후의 중장년층이다. 건강보험 자료를 보면 60대가 가장 많고 그다음이 70대, 50대 순으로, 나이가 들수록 눈물길이 만성 염증이나 노화로 좁아지고 막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루증 원인의 20~40%가량이 노화나 약물로 눈물길이 좁아지는 데서 비롯된다고 한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여성에게 더 흔하다는 점이다. 동양인은 선천적으로 눈물 배출 통로가 좁은 편인데, 여기에 잦은 눈화장이 더해지면 통로에 이물질이나 염증 물질이 쌓여 막히기 쉽다. 오랜 독서나 컴퓨터 작업, 수면 부족, 스트레스, 건조한 환경도 원인이 된다. 겨울철 찬바람은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아내가 유독 추운 날 눈물로 고생하는 것도, 하필 여성인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방치하면 생기는 일

유루증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눈물이 계속 고여 있으면 눈물이 빠져나가는 눈물주머니에 염증이 생기는 누낭염으로 번질 수 있고, 심하면 눈꺼풀과 안구 주변 조직까지 염증이 퍼지는 봉와직염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단순히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눈 건강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별한 자극도 없는데 눈물이 자주 흐르고, 눈 주위가 늘 젖어 있으며, 눈곱이 자주 끼고, 눈물 때문에 시야가 흐려 자꾸 닦아야 한다면 한 번쯤 유루증을 의심해볼 만하다. 아내는 이 항목에 거의 다 해당했다.

참지 말고 검사받아야 하는 이유

다행히 진단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생리식염수를 주사기로 흘려보내 물이 잘 내려가는지 보는 눈물길 관류 검사로 막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필요하면 눈물길 조영술로 어디가 얼마나 막혔는지까지 들여다본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갈린다. 증상이 1년 이하이고 염증이나 부종이 문제라면 소염제나 항생제 안약으로 경과를 지켜본다. 하지만 눈물길이 실제로 좁아지거나 막혔다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눈물길에 실리콘관을 3~6개월간 넣어 눈물이 관을 따라 내려가게 돕는 실리콘관 삽입술과, 아예 새로운 눈물길을 만들어주는 누낭비강연결술 두 가지가 있다.

 

아내의 경우, 동네 안과병원에 2주에 한번씩 가서 고여있는 눈물을 뽑고 안약을 처방받아 일정시간에 한번씩 안약을 넣는 것으로 치료를 대체하고 있다. 의사가 수술을 권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신생아에게 흔한 선천성 코눈물관 폐쇄는 눈물주머니 마사지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성인은 원인이 달라 마사지 효과가 거의 없으니 자가 처치에 매달리기보다 안과를 찾는 편이 낫다.

정반대의 눈으로 나란히 늙어가기

아내와 나는 병원에서 나오며 웃었다. 나는 눈물을 넣어주느라, 아내는 눈물을 닦아내느라 바쁘다니. 눈 하나를 두고 이렇게 정반대의 고생을 하는 부부가 또 있을까. 눈물을 닦을 때는 깨끗한 손수건을 살짝 적셔 부드럽게 닦고, 한 번 닦은 면으로 다른 부위를 또 닦지 않는 게 좋다는 사소한 요령도 함께 배웠다.

 

그래도 나란히 안과에 다니고 서로의 안약을 챙겨주다 보니, 이 사소한 불편이 오히려 우리를 조금 더 살뜰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당신의 눈물은 지금 부족한가, 아니면 넘치고 있는가.


참고 자료

  •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눈물흘림증(Epiphora)」
  •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눈물길 폐쇄」
  • 명지병원, 「눈물흘림증」
  •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건강매거진, 「유루증」
  • 헬스경향, 「아이도 노인도 주루룩…삶의 질 뚝 떨어뜨리는 눈물흘림증」 (2024.10)
  • 하이닥, 「찬 바람에 줄줄 흐르는 눈물...혹시 유루증일까?」 (2024.12)